고향마을의 공동휴게소의 추억
마을의 공동 휴게소 이곳에는
단오절 그네 탈 때 며칠간 동네 주민들이 머물고, 여름철의 한더위가 되어야 동네분들이 모이는 그야말로 공동휴게소입니다.
단오 때에는 쌀농사 지을만한 농토가 적기도 하여 논농사 짓는 집으로 리어카를 밀고 다니면서 짚은 구하여 저녁에 느티나무 밑에 모여서 강 솔 불 밝히고 그네용 굵은 동아줄을 꼬아서 느티나무에 매어 달면 단오날은 처자도 총각도 타 보지만 그 뒷 날 부터는 아이들 차지......
주로 여름방학 때이니까 어른들께서는 오전에는 논과 밭에서 일들을 하시고 점심 드시고는 아이들은 맨 몸으로 어른들은 지게에 낫 1자루 꼽아서 오셔서 지게 가진 어른들은 지게를 바위에 걸쳐 눕혀 놓고서 지게위에서 맛있는 낮잠을 주무시고 아이들은 땅바닥에 고누를 그려 놓고는 고누 놀이를 하기도 하고, 느티나무의 돌출된 뿌리에 집집마다 기르는 소를 매어 두는데, 소꼬리의 긴 털을 한 올 뽑아서 여름이니까 삼베 껍데기 벗기고 난 삼 대(어릴 땐 지럽?)의 끝에 올가미를 만들어서 유지매미, 왜가리, 참매미 잡는다고 느티나무에 올라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종류의 매미들은 소 꼬리 털로 만든 올가미를 머리쪽에 갖다 대면 앞발로 슬 슬 밀어내는 습성 있어서 잘 잡히는 편인데, 문제는 유지와 왜가리 매미는 아주 높은 곳에서 논다는 사실이며, 참매미는 그래도 낮은 곳에서 울며 아침 새참, 점심때를 아주 기막히게 잘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한 3시정도가 넘어가면 동네 아이들 느티나무 밑에 매어있던 소를 1마리씩 몰고 산으로 갑니다. 소의 목 혹은 소의 뿔 아니면 고삐를 풀어 놓은 채 맛있는 풀 배불리 먹으라고 산으로 올려 보냅니다. 소의 목, 뿔에 고삐를 감아 놓으면 소가 풀 찾아 산에 다니다가 나무 가지에 고삐가 걸리면 자칫하면 예상하지 못한 대형 사고로 이어 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소를 산으로 보내고 나서 아이들은 도랑에서 물놀이, 중태기잡기, 가재잡기등을 하면서 소들의 동태를 살펴보는데 노는데 너무 열중하여 관리 감독이 부실하다가는 남의 곡식밭에 들어가면 그 날 야단나는 날.. 어른들은 아주 좋은 꼴을 한 지게 베어서 집에 가져 가시고....
해가 뉘엿뉘엿 하여지면 배부르게 먹은 소들이 한 마리씩 내려오고 안 내려오는 소들은 올라가서 몰고 오는데 문제는 안 보이는 소와 내려오지 않는 소가 있으면 아이들이 합심하여 찾는데 찾다 찾다 못 찾고 동네에 내려가면 온 동네 사람들이 등불 들고 산으로 소 찾으러 간다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 난처한 경우는 젖먹이 송아지가 있을 때인데 송아지는 고삐가 없으니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 제 맘대로 인기라...집으로 오는 길에 길 옆 곡식밭만 보면 들어가서는 아래, 위로 제 세상 만났다고 펄쩍 펄쩍 신나게 뛰는 것을 보면 참 기가 막힙니다. 그래도 집집마다 소와 송아지를 키우니 크게 나무라지도 못하고 (나도 소 키우는데 내 송아지도 남의 곡식밭에 들어 갈 수 있는데,,,,,) 소를 살 형편이 안되는 집에서는 다른 집에서 송아지를 입식하여 키우다가 어미가 되어 송아지를 팔면 주인과 나누고, 어미 소를 팔면 그 값을 주인과 나누곤 하였지요.
이제는 기계화에 밀리고 일하는 한우가 아니라 좋은 등급의 고기를 내는 한우가 되어, 집집마다 소를 키우지도 않고 재잘거리는 아이들도 동네에 없고 어른들은 고령이시니 산에 못 가시니 그 정들었던 마을 공동휴게소는 자진 폐업상태가 되었답니다.
요즘에는 휴게소가 새로 단장 신축되어 어르신들의 소중한 휴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