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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일상속에서의

울 아부지는요!

 

 울 아부지는요!

 

1. 점심 진지드시는 시간은 12시입니다

논과 밭에서 아무리 바쁘고 하실 일이 많아도 시계를 거지고 일하러 가시기 때문에

12시가 되면 논과 밭에서 무조건 점심을 드시러 집으로 가십니다.

이때쯤이면 거의 점심 시간을 알리는 참매미가 아주 힘차게 울어줍니다. 

마찬가지로 저녁에도 절대로 컴컴할 때까지 논과 밭에 머물지 않으십니다

어떤 분들은 주먹을 눈앞에 갖다 대어도 안 보일 때 까지 일을 하지만 울

아부지 사전에는 그런 일은 논과 밭에서는 거의 절대로 없습니다

 

2. 한가한 동절기에도 저녁식사는 어둡기 전에 끝납니다

제가 저녁을 먹고 이웃 친구 집 놀러 가면 그 친구집은 한창 식사 중입니다

옛날 동네에 TV 한 두대 있을때는 저녁마다 마을 소극장입니다

모여서 주로 보았던 프로가 암행어사 박문수와 전설따라 삼천리이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벽에 곰팡이가 필 정도였으며 가끔씩 고 김일선생님 레슬링

경기라도 춥지 않을때 방영하면 아예 마당에 멍석을 깔고 관람...

그 일본 선수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하기는 안토니오 이노끼 인가?

 

3. 아침 소죽은 한겨울에도 컴컴할 때 나가셔서 끓이신다

추운 겨울에는 좀 날이 새고 나서 소죽을 끓여도 되시겠지만 일찍 나가신다

지금 생각하니 소죽솥이 걸린 사랑채방에 할아버지가 계셨으니 구들방 식어서

아버지 추우실까봐 방 뎁힐려고 일찍 소죽을 끓이셨던것 같으네요.

집에서 모아둔 구정물에 아주 고운 딩겨(당가루) 소 죽 퍼주는 바가지로 하나

넣고 작두로 끙끙 썰어 놓은 볏짚에 콩깍지와 건조한 콩잎을 넣고는 소죽

까꾸레이로 잘 다독이고 불을 지펴 소죽 다 끓이시고는 삼 이웃집 마실을

가신다.

마실이라야 머 있으시겠냐만 친구 소죽 끓이시는 부엌에서 두 분이서

가난한 살림에 살아갈 걱정, 동네 자체 혹은 면 단위 이야기, 자식들에게는

농삿일을 물려 주지 않을 방법등 이런 저런 말씀들 하시는 것 이리라 짐작이 됩니다

그렇게 집에 오시면 뜸이 들고 뜨끈하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소죽을 죽통에

퍼 주시곤 아침 진지를 드신다

 

4. 며칠 전에 엄니한테서 들은 아부지 이야기

이번 어버이날에 엄니와 함께 송어회 먹으러 가는 길에 엄니 하시는 말씀인데

마을에 나뭇가지로 만든 삽작 대문이라도 있는 집은 99% 없이 살아가는데

마실 다닐 때 그냥 아랫골목부터 시작하면 집으로 골목으로 집으로 하여

이동을 하게 되는데 엄니께서 이웃집에 감을 깎으러 가셨는데 새벽 2시가 넘어

도 안 오시고 막내 동생이 잠에서 깨어서 우니 화가 나신거라. 동생을 안아다가

이웃집 감 깎고 있는 방문앞에 두고 오시면서 그것도 모자라 이웃집과 연결된 경계담에

등상으로 가로 막아 엄니 오시기가 거북하게 만들어 놓으셨다네요.

감 깍을 때 발생하는 감껍데기는 감 깍는 사람이 집으로 가지고 와서는 적당히 잘 말려서

단지에 넣어 두면 분이 희게 나오는데 이것은 과자가 귀하니 간식으로

아이도 어르신도 단맛에 드시고 시루떡 할 때고 사용하기 위하여 가지고 오신

. 50년이 지난 그 얘기를 감 깎던 집 주인 어른이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가끔씩 하신데요......

 

5. 울 아부지한테 받은 소포

내가 객지에 나와 있을 때 한동안 아버님 전상서로 시작하는 편지가 뜸 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아버지로부터 소포가 왔었는데 내용물은 편지지와 봉투

를 편지 안 하는 아덜넘 정신 차려 문안 편지 드리라고 아부지께서 보낸 소포

였습니다

 

6. 울 아부지의 5일장날 가시는 날

내가 자란 면에는 5. 10일장이 서는데 참 사람도 많았고 장사꾼들도 많았었답니다

한집에 기본이 5남매에다가 한마당에 3대 난다고 대가족이 많았으니.......

아들이 형제인 경우에는 윗채에는 큰아들, 아랫채에는 작은 아들이 세간을 나

내외 살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이어표 진짜표 검정고무신을 때울라치면 냇가 언덕위 한켠에 자리잡은곳에는 고무신에

본드를 칠하고 고무신 조작을 잘라서 누름용 핸들을 돌려서 떼우는 사람부터 없는게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많았던거 같으네요. 학교를 마치는 길에 어쩌다 장날 나가보면 오후인데

사람들이 엄청 많았던 기억입니다

장날 아침에는 울 아부지 일찍 마실 한바퀴 돌고 느지막하게 머리감고

정성스레 머리 빗고 장으로 가신다. 장날은 같은 면 사람들 선배 아니면 후배 끼리니

거지반 다 아는 사람들이리라 아주 바쁜철이면 돼지 국말이밥이라도 드시고

오시지만 거의 해가 뉘엇 해서 손에는 간재비 조기 한손이나 조금은 쿰쿰한 냄새나는 꽁치나  

고등어 한손은 사서 오신다.

어쩌다 돼지 고기 사오시면 어김없이 무 썰어 넣고 큰 솥에 넉넉하게 국 끓여서 한 대접씩이

상에 오르는데 그 국 왜 그리 맛이 있었는지요!!

장에서 오시면 엄니와 이야기꽃이 핍니다

저쪽 마실 누구는 어떻고 저떻고 처남도 만났고 누구 만나서 막걸리 한 잔 했네.....

 

7. 자고 나면 큰 사탕이 머리맡에 있어요

농한기인 겨울철 마을에는 층층별로 모여서 노는 사랑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어른들은 모여 노시다가 가끔씩은 민화투 치시면서 큰 사탕(오가다) 내기 화투

를 하시는데 보통 두 사람씩 편짜서 점수 정하여 먼저 나기 하는데 이기면

사탕이 아니면 두부나 묵이 공짜고 지면 사주고 할 낀데 머리맡에 사탕이

있으면 그 날은 사탕 내기를 하셨구나! 하고 짐작을 하곤 합니다.

 

나를 끔직이도 사랑하시는구나! 또 사랑하셨던

울 아부지! 저도 사랑합니다

 

㈜ 아래 사진은 KBS 6시 내고향에 방영된 내용인데 요즘 보기 힘든 장면이라

    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아마도 별반 다를게 없는 농부로서의 생활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2번째 사진은 겨우내 여물만 먹던 소가 봄에 돋아난 풀을 보면 먹을려고 아니 할 말로 환장을 합니다

   그래서 초봄에는 소에게 풀을 먹이고 싶지만 일찍 안 먹입니다

   일단은 소 풀 베기가 양이 적어서 힘이 들고, 소가 풀 맛을 보면 여물 죽을 잘 안 먹을려고하니 봄 철에

   소가 하는 일은 힘들고 하니 소 입에 입마게를 씌워서 소가 풀을 못먹고 일에 열중하도록 합니다.